제 13회 종근당고촌 예술지상
회화, 사건과 존재의 횡단
김노암
회화는 가장 추상적이고 순수한 정신의 공간에서부터 가장 거칠고 둔중한 안료의 물질적 세계까지를 단번에 가로지르는 매체다. 회화적 이미지와 그것을 일상적 시공간으로부터 격리하는 프레임(틀)은 이중의 역설적 운동을 수행한다. 그것은 한편으로 익숙한 세계의 감각을 낯설게 갱신하며 우리를 낯선 사유의 심연으로 이끌고, 다른 한편으로는 망각되었던 가장 원초적이고 촉각적인 현실의 생명력을 강렬하게 환기한다.
화가의 시선은 기계식 카메라의 렌즈처럼 정지되거나 중립을 지키지 않는다. 끊임없이 진동하고 호흡하며, 요동치는 현실 세계와 격렬히 조응한다. 예술이라는 닫힌 상징적 공간과 그 경계 바깥에서 매일의 삶을 견뎌내는 작가의 현실적 자아가 화폭이라는 독특한 무대 위에서 충돌하고 화해하며 새로운 존재론적 차원을 빚어내는 것이다.
20세기 초 조르조 데 키리코(Giorgio de Chirico)가 놀랍도록 예민한 시선으로 일상의 사물을 낯선 비선형적 공간에 배치해 불안과 초월의 형이상학적 긴장을 촉발했듯, 진정한 회화는 무미건조하고 평범한 현실의 감각 아래서도 날카로운 사유의 균열을 열어놓는다. 철학자 알랭 바디우(Alain Badiou)의 표현을 빌리자면, 회화는 기존의 시각 질서와 통념에 단호한 균열을 내고 캔버스라는 평면 위에 이전에 없던 새로운 진리의 차원을 탄생시키는 '실천적 사건'이다. 화가들은 매 시대마다 자기 신체와 호흡을 통과한 언어로 관념과 감각, 개념과 이미지를 하나의 살아 있는 몸으로 길어 올린다. 그리고 2026년 종근당고촌 예술지상이 주목한 세 명의 작가—박노완, 박웅규, 장파—는 각자의 고유한 조형 언어를 통해 이 회화적 사건을 화폭 위에 집요하게 기획하고 축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