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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 사유와 예지가 만나는 회화의 길

 

김노암

 

회화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모든 그림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교묘하며 신비로운 힘이 작동하는 회화는 더더욱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기고 밀어내며 움직인다. 이는 간접경험으로는 만날 수 없는 활동과 경험을 말한다. 노동과정에 사유하고, 사유과정에 노동하는 이중의 활동이 동시에 벌어지는 것이다. 그림은 벽에 세워 그리거나 아니면 바닥에 놓고 엎드려 그리거나 사람의 신체활동과 하나의 비전을 향한 노동과 사유와 예지가 복잡하게 녹아있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작가들은 입문과정을 비롯해 다양한 난관에 부딪힌다. 불안하고 고단한 신예의 과정을 열정적으로 관통해가다 어느 순간 넘을 수 없는 벽을 만나며 중견에 이른다. 그리고 그것이 장애물이나 벽이 아니라 자신의 세계를 만드는 당연한 과정이자 길이로 전환시키는 성찰과 반성을 통해 인정받는 작가로 변신한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작가와 함께하며 묵묵히 지원하는 사람들과 프로그램을 만나게 된다. 

과거에 비해 아무리 정교하고 지혜롭게 지원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제공하더라도, 여전히 본질적으로 창작이란 극히 개인적이며 고독한 활동인 것이다. 작가 개인의 정신과 운명(운)에 더 영향을 받는다. 창작지원프로그램들은 창작활동을 위한 환경과 조건에 긍정적 영향을 주려하는데, 그것이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창작자 개인의 의지와 역량에 달려있다. 

 

예술이 선악이나 취향의 문제를 교양과 상식의 차원을 넘어선지 오래다. 심지어 그것이 예술인지 아닌지 오랫동안 불분명한 상태로 논쟁을 겪는다. 자연스런 사태이다. 예술가가 예술가인 까닭은 깨달은 자들처럼 ‘무한성’과 접촉할 만큼 예술가 자신의 사랑(욕망)으로부터 충분히 자유로운 사람이기 때문인 것이다. 요컨대 탈아(脫我)를 통해 더 큰 세계를 ‘자각(自覺)’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많은 화가들의 이미지는 어떤 느낌과 생각, 영감을 표현해왔고 그것을 정확하게 규명할 수는 없지만 분명 어떤 진실을 담고 있다.

종근당예술지상을 통해 소개하는 작가들은 우리 미술현장의 가장 오래된 형식이자 가장 보편적인 미술형식을 견고하게 지지하고 새롭게 모색하는 작가들이다. 회화를 통해 언어와 이미지의 역동적 관계로 드러나는 실재(Reality)와의 접촉을 표현하는 작가들이다. 이번 제3회 종근당예술지상에서 초대한 김효숙, 박승예, 이만나 작가에게서 그와 같은 경험을 기대한다.

제 3회 종근당 예술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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